다들 한 번은 박물관 혹은 전시장(이후 전시)을 가보았을 것이다. 특정한 테마를 가진 전시라면, 해당 테마로 입구부터 화려하게 꾸며져있고 그 안에 들어가면 다양한 세션으로 나뉘어져 각각의 주제에 맞게 작품이 전시가 되어있다. 커다란 공간 혹은 작은 공간 속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전시품을 보게되며, 자칫 관람객이 많은 시간에 가게 되면 전시품을 보는지 사람의 뒤통수를 보는지 모를 시간을 보내고 오기도 한다. 그렇게 현대의 전시는 전시 주제에 맞게 만들어진 공간 안을 돌아다니며 그 주제에 맞는 경험 하는 것이다.
그런데, 올해 초 국립현대미술관에서 VR 콘텐츠 개발로 9억여원의 사업이 올라왔었다. 그 프로젝트를 너무 하고 싶었지만, 아직 작은 회사이고 법인으로서 포트폴리오가 없었기 때문에 시도도 못 했다. 그 공고에는 6개의 전시관을 구현하는 작업을 명시했었다. 잠깐, 전시관이라고?
VR 콘텐츠에 전시관을 꾸며서 그 안에서 돌아다니는 경험을 준다는 것이 사업공고의 주제였다. 하지만, 난 이상했다. ‘VR을 쓰고 내가 전시관을 둘러본다고? 왜?’ 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돌아다녀야 하는가?”
Vision Pro 가 제공하는 콘텐츠 중에 Encounter Dinosaur 라는 콘텐츠가 있다. 이 콘텐츠는 내가 서 있는 장소에 “공룡 시대를 열어서 보여준다” 그저 내가 있는 공간에 ‘다른 공간을 불러서’ 보여준다. 이것은 마치 내가 그곳으로 순간 이동한 경험을 하게 해준다. 또한 거기에 등장하는 나비나 공룡은 내가 돌아다니지 않아도 나에게 다가온다. 나는 그저 주변을 돌아보기만 해도 된다. ‘돌아다니지 않아도 된다.’
체험형 콘텐츠이자 VR콘테츠로 구현할 때 앞서 언급한 콘텐츠처럼 ‘보여주면’ 된다. 내가 그 전시관을 돌아다니는 경험을 줄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동일한 경험을 주는 것이 아니라, VR 콘텐츠만이 줄 수 있는 것을 보여주고 실물이 보고 싶다면 진짜 전시관에 가서 볼 수 있게 유도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고 전시관에 좋은 일이다. VR을 통한 어설픈 전시관 체험은 그닥 좋은 방법이 아니다.
즉, 전시라는 콘텐츠에서 VR 콘텐츠는 전시 공간을 불러올 필요없이 그냥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서 내가 있는 곳에 내가 봐야할 것만 보여주어도 된다. 그렇다면 전시관에 있는 작품이 무엇이고, 각 작품들은 어떤 테마를 가지고 있고, 그 테마를 어떻게 구현하여 보여 줄지를 자연스레 생각하게된다. 각 전시품과 관련된 ‘공간’을 만들어서 보여주는 것을 중점으로 접근하여 제작하여야 한다. 동일한 공간적 경험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동일한 공간적 경험은 다른 분야에서 필요할 것이다. 예를 들어 ‘인테리어’ 사업 같은 경우이다. 이 사업은 내가 보는 공간이 실제 공간과 같아야 한다. 그것은 내가 있을 “현실적 공간”이어야 어떻게 꾸밀지 또 어떤 제품들이 어울릴지 알아야 하고 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시라는 것은 전시관의 인테리어부터 ‘사람들을 다른 공간으로 데려가는 것’이 목표이다. 그렇기에 전시품이 전시 된 공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전시품과 관련된 공간을 보여주는 것 혹은 전시품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더 중요한 공간경험이 되어야한다.
‘공간 경험’
그렇다면 전시에서 주어야 할 ‘공간 경험’이란 어떤 형태여야 할까? 앞서 말한 것처럼 ‘전시품’에 몰입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빈공간 일 수 있고, 어쩌면 그 전시품이 있던 ‘시대’를 보여주는 것이다. ‘전시품’을 보는 것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전시품’과 관련된 공간을 보여주는 것이 전시가 주는 ‘공간 경험’이 되어야 할 것이다.
고려 청자가 있다면, 고려 청자를 보여주고 그 주변에선 가마나 청자를 만들던 노동 장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좀 더 ‘청자’에 집중할 수 있는 전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제작될 VR 콘텐츠가 어떤 형태를 띄게 될지 모르겠지만, 국립현대미술관을 돌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전시된 전시품들을 더 잘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가 되면 좋겠다.
앞으로 우리가 경험할 전시는 보호 유리가 없고, 만지고 돌리고 그 안을 보고 그 역사를 경험할 수 있는 전시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Apple Vision Pro가 게임용 VR이 아니기 때문에 게이머가 아닌 사람들이 경험하길 원하는 몰입형 콘텐츠 혹은 VR 콘텐츠는 보고 느끼는 것들이 될 것이다. 게임은 이미 수많은 회사들이 잘 만들어 내고 있다. 애플은 그들과 다른 ‘콘텐츠’에 집중하고 있는 것을 공개된 몇몇 몰입형 콘텐츠를 보면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Apple은 정말 Vision Pro를 쓰고 일하게 하고 싶어한다. Mac 화면을 Vision Pro에 띄워보면 바로 이해가 된다. 물론 진짜 작업을 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아예 못할 정도는 아니다. 앞으로 가야할 길이 멀겠지만 미래는 우리 앞에 다가왔다. 빨리 저가형 버전이 나와서 사람들이 이 경험을 많이 나누다보면 더 나은 콘텐츠들이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 글도 Vision Pro를 씌고 MacBook 화면을 미러링하여 작성하고 있다.
p.s 이미지는 ChatGPT4.0을 이용해서 만들었다. AI 만세!